설명을 끝까지 듣지 않았는데도
이미 결론을 가진 사람.
더 정확히 말하면,
결론을 갖고 나서
설명을 듣는 사람입니다.
이 글은
그 사람이 틀렸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현상이
너무 흔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확신은 생각의 결과가 아닐 때가 많다
우리는 흔히
많이 생각하면 확신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도 많습니다.
확신이 먼저 생기고,
그 다음에 이유를 찾는 경우.
이때의 이유는
판단을 만들기 위한 재료라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에 가깝습니다.
확신은 불안을 줄여준다
사람은
모르는 상태를 불편해합니다.
애매함,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
답이 없는 질문.
이런 상태가 길어질수록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그래서 확신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심리적으로 편한 선택이 됩니다.
“이게 맞아”라고 말하는 순간,
불안은 잠시 사라집니다.
정보가 적을수록, 확신은 더 단단해진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은 조심스러워집니다.
예외를 알게 되고,
반대 사례를 보게 되고,
조건을 따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정보가 적을수록
고려할 것이 줄어듭니다.
판단은 단순해지고,
확신은 강해집니다.
이 현상은
인지 편향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됩니다.
인지 편향과 판단 구조 관련 연구
확신이 강한 말은 늘 단정형이다
“무조건”,
“확실히”,
“틀림없이”.
확신이 강할수록
말은 짧아지고
단정형이 됩니다.
반대로,
깊이 고민한 사람의 말은
종종 길어지고
조건이 붙습니다.
“상황에 따라”,
“경우에 따라”,
“이런 조건이라면”.
단정한 말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신은 전염된다
사람은
확신 있는 사람에게
끌립니다.
말투가 단단하고,
주저함이 없고,
망설이지 않는 태도.
이런 태도는
주변 사람의 불안까지
같이 줄여줍니다.
그래서 확신은
논리보다
분위기를 통해 전달됩니다.
이 과정에서
판단은 종종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집단의 것이 됩니다.
확신이 위험해지는 순간
확신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확신이 수정되지 않을 때입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반대 의견을 들어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 상태.
이때 확신은
판단이 아니라
고정된 믿음이 됩니다.
특히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에서는
이 고정이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확신과 책임은 다른 문제다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땐 그렇게 보였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
하지만 선택은
언제나 개인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확신이 있었다는 사실은
결과를 대신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확신을 늦추는 방법은 단순하다
이 글이
확신을 가지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확신이 생기는 순간을
한 번만 늦춰보자는 제안입니다.
- 지금 내가 아는 게 전부인지
- 이 판단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은 없는지
-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상상해봤는지
이 질문들은
확신을 없애지 않습니다.
대신,
확신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듭니다.
마무리
확신은
생각의 끝이 아니라
생각의 중간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빨리 확신하게 될 때,
한 번쯤은
그 속도를 의심해도 괜찮습니다.
확신을 늦추는 사람은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를 감당할 준비를 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